2025. 2. 23. 22:21ㆍ경제/미국 주식
소비 둔화에 인플레이션 불확실성까지 고조되면서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모두 급락했다.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30년래 최고치로 치솟는 등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꺾인데다 인플레이션 불확실성도 팽창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졌다. 이에 주식 투자자들은 투매에 나섰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48.63포인트(1.69%) 급락한 43,428.02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4.39포인트(1.71%) 떨어진 6,013.13, 나스닥종합지수는 438.36포인트(2.20%) 급락한 19,524.01에 장을 마쳤다.
업종별로 보면 필수소비재만 1% 올랐고 나머지 업종은 모두 떨어졌다. 임의소비재는 2.77%, 산업은 2.23%, 기술은 2.45% 급락했다. 통신서비스와 에너지, 금융도 1% 이상 떨어졌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 넘게 급락했다. 구성 종목 30개가 모두 하락했으며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4%대 안팎의 하락률로 지수 급락을 유도했다.
거대 기술기업 '매그니피센트7'은 애플을 제외하고 일제히 급락했다. 테슬라는 4% 넘게 밀렸다. 아마존과 알파벳도 2%대 하락률을 기록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플랫폼스도 1%대 약세였다.
미국 최대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그룹은 7% 넘게 급락했다. 진료비를 과다하게 청구하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의 메디케어(노년·장애인 사회보장제도) 예산을 챙긴다는 의혹에 법무부가 조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어는 이날도 5% 가까이 하락했다. 미국 국방부가 매년 예산을 8%씩 삭감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팔란티어는 원래는 국방부 등 정부 일을 주로 했었다. 그러나 월가에 AI 열풍이 불면서 민간 기업에서도 주문을 많이 받아 대표적인 AI 수혜주로 떠올랐었다.
반면 프록터앤드갬블, 존슨앤드존슨, 코카콜라 (NYSE:KO), 맥도날드, 펩시코, AT&T, 버라이즌 등 필수소비재 종목들은 대부분 상승했다. 소비 둔화에도 필수소비재는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 종목들의 주가 강세를 뒷받침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더나의 주가도 5% 이상 올랐다. 화이자와 암젠 등 다른 제약사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블루칩데일리트렌드리포트의 래리 텐타렐리 수석 기술 전략가는 "이날 S&P500에서 상위 20개 성과자는 모두 소비재, 유틸리티, 의료건강등 방어주"라며 "투자자들은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면 종종 방어주로 옮겨간다"라고 짚었다.
이날 미시간대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는 64.7로 집계됐다. 이는 1월 수치 71.7에서 7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이달 8일 발표됐던 2월 예비치 67.8과 시장 예상치 67.8을 모두 밑돌았다.
또한 6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며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신뢰도를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가 2월 들어 급락하며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점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요소다.
2월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 확정치는 4.3%로 전월의 3.3% 대비 1.0%포인트 급등했다. 5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3.5%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불확실성도 급등했다. 1년 불확실성은 전달 7.6%포인트에서 9.5%포인트로, 5~10년 불확실성은 전달 6%포인트에서 8.2%포인트로 각각 높아졌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닐 두타 경제 분석 총괄은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급등한 것엔 관세가 영향을 미쳤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로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30년래 최고치로 올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해리프파이낸셜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관세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에 시장이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은 꽤 분명하다"며 "관세 자체는 결코 시행되지 않을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관세 시행 전망과 구매 심리에 큰 변화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도 급감했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기존 주택 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4.9% 감소한 연율 408만 채로 집계됐다.
한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3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95.5%를 기록했다. 전날 마감 무렵보다 2%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6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36.0%로 급락했다. 전날 마감 무렵엔 47.2%였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래일 대비 2.55포인트(16.28%) 뛴 18.21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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